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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는 어떤 일들이...

orono 2021. 1. 3. 21:33

 종종 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식당 TV에서는 백파더가 요린이들을 구제하느라 바쁘다. 주문한 제육볶음은 내 기대와 달리 별로라서 실망스러웠으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가는 대부분의 식당에서 TV에 뉴스프로그램을 틀어놓는데 기분 좋은 소식 하나 없는 요즘 뉴스를 들으며 밥을 먹는 게 고통스러워서 쫓기듯 허겁지겁 밥을 먹고 식당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적한 시간이라 손님이 없어선지 주방 아주머니가 의자에 앉아 TV를 보며 백파더의 레시피를 종이에 받아적으신다. 수십가지 한식 메뉴를 파는 식당에서 말만 하면 무슨 음식이든 뚝딱 만들어내실 것 같은 아주머니가 요린이들을 위한 백파더의 초보 레시피를 받아적는 모습을 보며 잠깐 웃다가 문득 어머니의 스마트폰 생각이 났다. 가끔 어머니의 스마트폰 사진첩을 구경하면 아침 교양프로그램을 보시다 급하게 찍어놓은 듯한 각종 요리들의 레시피가 가득하고 네이버 같은 앱을 들어가보면 검색창 이전 검색어에 '~만드는 법' 같은 흔적이 남아있어 어머니 몰래 웃곤 했던 소소한 기억들이 떠올라 맛없는 제육볶음마저 용서가 됐다. 

 

 크리스마스와 신정이 공교롭게 모두 금요일이었던 덕분에 2주 연속 다소 긴 주말을 보낸 느낌이다. 해가 바뀌어도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진지하고 강렬한 새해 계획 같은 것을 세워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결국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데 마음은 가벼워지기는커녕 자꾸 무거워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