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미드 <위기의 주부들> 시즌 8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모두 보고 나니 왠지 모를 성취감이 든다. 아마 시즌제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해외 드라마를 끝까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완결되지 않은 드라마인 경우도 있고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작품이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개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넓고 멋진 바다를 항해할 것처럼 보이던 배가 볼품 없는 동네 야산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기 괴로워 드라마를 보다 관두었기 때문이다. <위기의 주부들> 역시 이 실망스러운 시즌제 드라마의 법칙 아닌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나 왓챠에서 마지막 시즌까지 모두 제공하고 있어 결국 이렇게 끝까지 시청하게 되었다.

 여느 막장 드라마가 그렇듯 충격적인 소재와 사건들이 반복되다보니 오히려 주인공들의 뻔한 일상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역설을 종종 느끼곤 했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의 뚜렷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특정 인물이나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설정 자체를 욕하면서도 다음 회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일 텐데 <위기의 주부들> 역시 다소 느슨해진 후반부 시즌을 제외하면 이 놀라운 힘을 제법 오래 유지했다. 

 한 시즌 혹은 몇 에피소드를 위해 '소모'된 몇 인물들이 안타깝고 이디처럼 흥미롭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너무 일찍 사라져버린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무엇보다 개비의 계부 사건을 거의 유일한 동력으로 삼고 있는 마지막 시즌은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는 결말이 너무 허술하고 허무해서 크게 실망스럽다. <슬기로운 감빵생활>같은 슬프고 어두운 결말을 바란 것은 아니나 그래도 너무나 쉬운 해피엔딩은 시청자 입장에서 전혀 해피하지 않다.

 하지만 봉합하기 불가능해보이는 관계의 갈등마저도 늘 화해와 용서로 풀어내는 따뜻한 인간미가 작품 곳곳에 녹아있고 실수와 상처를 통해 반성하고 성장할 것처럼 보이던 주인공들이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지독히 현실적인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커다란 장점이다.

 

 언젠가는 시작보다 끝이 아름다운 아니 적어도 시작만큼 아름다운 끝을 보여주는 시즌제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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