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 지친 심신을 이끌고 기분 전환을 위해 집 근처 카페를 찾았다.

매장 마감 시간이 40분 정도 남아 있어 큰 걱정 없이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직원이 주문이 밀려 있어 10분 정도 걸릴 거라길래 자리에 앉아 영화를 다운받고 책도 들여다보고 있는데 20분 가까이 지나는데도 진동벨이 울리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 보니 음료를 받지 못한 손님은 나뿐인 듯 하고 직원들은 마감을 위해 테이블을 정리하느라 분주해보였다. 카운터로 가 내 커피의 행방을 물으려던 찰나 한 직원이 큰 소리로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고 외치는데 순간 짜증이 폭발했다. 

카운터에 가 커피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얘기하니 내 주문을 받았던 직원은 까맣게 잊어버렸던 내 커피 한 잔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포스 기계를 이리저리 바쁘게 검색했다. 

그 한심한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더 이상 한여름밤의 소박한 낭만을 꿈꾸며 카페로 들어섰던 순진무구한 삼십 분 전의 내가 아니었다. 

바쁘면 환불해달라는 나의 요구를 묵살하고 기어코 커피 한 잔을 만들어 작은 쿠키 하나와 함께 건네던 직원들의 화해 제스처가 왠지 너무 불쾌해서 커피만 들고 매장을 나서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마신 그 커피는 야속하게도 무척이나 진하고 맛있었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난 후에 옹졸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괴로워하는 이 얄미운 굴레를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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