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에서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았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이면 길거리가 텅텅 비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바로 그 드라마 말이다. 자그마치 25년 전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가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기는 했으나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던지는 어설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 결말은 참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으나 결국 완성되지 못한 태수의 사랑은 얼마나 절절한가.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넌 내 여자니까."라는 태수의 사랑 고백이 여러 코미디언들의 우스꽝스러운 성대모사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여러 곡절에도 끝내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데 성공했으나 그 대가로 자신의 유일한 벗을 잃게 된 우석의 비참한 심정은 또 어떠한가. 

 

 

서두에 언급한 바 외에도 드라마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5.18과 삼청교육대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길게 느껴진다는 점

태수와 혜린의 사랑이 다소 뜬금없고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는 점

태수와 우석에 비해 혜린이라는 캐릭터가 다소 밋밋하게 그려진 점

 

등등이 있다.

 

왓챠에서 제공하는 <청춘의 덫>과 <여명의 눈동자>도 보고 싶은데 보는 데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망설이게 된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95년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이 드라마를 시청했을 전국의 수많은 장도식 선생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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